올림픽공원에서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 현장 수개표"를 외치는 사람들의 구호를 보며 문득 대만의 선거 풍경이 겹쳐졌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을 가진 대만은 역설적이게도 선거만큼은 지독할 정도의 아날로그를 고수한다. 대만은 투표가 끝나자마자 그 자리에서 투표함을 열어 개표한다.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투표지를 높이 들어 올리며 후보 이름을 복창하고, 칠판에 수기로 표를 채워나간다. 투표함 배달도, 전자 분류기도 없다. 눈앞에서 모든 과정이 증명되니 선거가 끝나도 부정선거 음모론이나 사회적 갈등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지금 우리 청년들이 올림픽공원에 모인 이유는 단순히 기계를 못 믿어서가 아니다. 내 소중한 한 표가 투명하게 처리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제도적 허점과 선관위의 무능에 분노한 것이다. 효율성이라는 명목 하에 투명성을 잃어버린 우리 선거제도, 이제는 조금 느리더라도 누구나 눈으로 확인 가능한 대만식 수개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