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부정선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권력의 입김이 선거를 오염시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거리를 둔 독립기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선관위는 헌법이 직접 세운 기관이 되었다. 대통령이 3인을 임명하고, 국회가 3인을 선출하며, 대법원장이 3인을 지명하는 9인 구조. 그리고 그 위원회는 전국으로 뻗어 내려가 거대한 선거관리 체계를 이룬다. 제도 설계만 놓고 보면, 그것은 선거를 권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쌓아 올린 성벽이었다. 단단하고 정교하며 쉽게 흔들리지 않는 성벽. 그러나 역사는 늘 같은 방식으로 타락한다. 처음에는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장치가, 결국 스스로 하나의 권력이 되는 것이다. 선관위의 권한은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지방의회 선거, 각종 위탁선거, 정치자금 사무, 선거 관련 조사와 법률 해석, 사이버 영역 대응까지 포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