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민주주의의 폐허 위에서 성심으로 묻습니다 ”처침하게 무너져 내린 민주주의의 폐허 위에서, 우리는 피 끓는 성심을 모아 빼앗긴 주권의 회복을 숙히 선언 한다.“ 민주주의가 무너졌습니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숭고한 약속은 오늘, 형체도 없이 파괴되었습니다. 우리는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이 땅의 민주주의가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사상 초유의 비상식적인 사태 앞에서 이토록 무참히 유린당하는 현실을 뼈저린 통탄과 애끓는 성심으로 목도하고 있습 니다. 분노와 참담함이 앞서지만, 우리는 감정적인 비난을 잠시 거두고 냉정하게 이번 사태의 본질을 짚어보려 합니다. 투표 용지는 단순한 인쇄물이 아닙니다. 유권자의 의사를 반영하는 대의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입니다. 그런데 어떻 게 유권자가 투표소에 찾아왔음에도 용지가 동나서 발길을 돌려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까. 이는 가벼운 행정 착오나 단순한 실무적 실수로 치부하고 넘어갈 사안이 아닙니다. 선거의 근간은 결과에 승복할 수 있게 만드는 절차적 공정성에 있습니다. 관리 부실로 인해 단 한 명의 국민이라도 권리 행사를 가로막혔다면, 이미 그 선거 시스템은 유권자의 신뢰를 잃어버린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일이 누군가의 고의적인 조작이나 불순한 의도라고 섣불리 단정 짓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국가의 선거 를 책임지는 기관이 가장 기본적인 물량조차 통제하지 못해 국민의 참정권을 훼손했다면, 그 무능과 절차적 정당성 훼 손에 대한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이에 우리는 훼손된 선거의 공정성을 바로잡고 시스템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관계 기관은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상식 밖의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 그 경위를 한 점 의혹 없이 투명하게 소명 하십시오. 하나. 행정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인해 투표권을 박탈당한 유권자들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후속 조치와 구제 방안을 즉각 마련하십시오 하나.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후진적인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선거 관리 매뉴얼 전반을 쇄 신할 것을 촉구합니다. 민주주의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묻고 고쳐나가는 과정 속에서 지켜집니다. 우리는 이번 위기가 단순 히 뼈아픈 오점으로 남기보다는, 선거 제도의 빈틈을 메우고 더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상식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온전히 회복되는 그날까지, 우리는 냉철한 시선으로 이 사태의 해결 과정을 끝까 지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