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숭실은 침묵으로 말하는 법을 알았다. 우상 앞에 머리를 숙이느니 학교의 문을 스스로 닫았고, 그 닫힌 문은 어떤 웅변보다 크게 외쳤다. 우리는 그 외침의 후예다. 그 후예로서, 오늘 우리는 입을 연다. 2026년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일. 서울 송파·강남·광진의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됐고, 일부 투표소는 투표 시간을 밤 10시까지 연장했다. 줄을 선 시민들은 기다려야 했고, 일부는 끝내 투표하지 못했다. 선거를 관리하는 헌법기관이 정작 투표용지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이다. 이것은 하늘이 내린 재난이 아니다. 투표할 시민의 수는 이미 명부에 적혀 있었고, 종이를 넉넉히 마련하는 일은 선거를 관리하는 자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였다. 그 기본을 저버린 자리에서 한 표가 막혔다면, 그것은 사고가 아니라 직무의 유기다. 그러므로 우리는 규탄한다. 유권자의 절반만 종이를 찍어 두고도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여긴 그 오만을 규탄한다. 한 표 한 표를 처음부터 가벼이 보지 않았다면, 책상이 비는 일은 없었다. 국민이 너무 많이 나왔다는 듯 ”투표율이 높을 줄 몰랐다“고 둘러댄 그 뻔뻔함을 규탄한다. 시민의 열망은 변명의 사유가 될 수 없다. 높은 참여를 감당하지 못한 것은 시민의 잘못이 아니라 관리의 실패다. 사과 한 번, 사퇴 한 장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는 듯한 그 안일함을 규탄한다. 무너진 것은 사람의 자리가 아니라 제도의 신뢰이며, 신뢰는 누군가 물러나는 것만으로 저절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일을 보고도 어깨를 으쓱하고 마는 이 시대의 무딘 양심을 규탄한다. 분노해야 할 일에 분노하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가장 천천히 죽이는 것이다. 한 표는 종이 한 장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비롯된다는 오래된 약속이며, 어둠을 밀어낸 이들이 피로 밝혀 둔 작은 불꽃이다. 그 불꽃 하나가 행정의 태만 앞에 꺼진 날, 시든 것은 한 송이 꽃이 아니라 우리가 가꾸어 온 民主主義의 봄이다. 누가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줄을 서서 끝내 발길을 돌린 시민인가, 종이 한 장을 셈하지 못한 권세인가. 제19대 IT대학 운영위원회는 2400명의 학우들을 대표하여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라 외친다. 하나, 진상을 규명하고 그 전모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라. 하나, 사퇴를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삼아, 이번 사태를 부른 내부의 관행과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쇄신하라. 2026년 6월 5일 숭실대학교 제19대 IT대학 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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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義)와 참(眞)의 이름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묻는다> 민주주의는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의 의사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반영될 때 비로소 실현된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현실로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이며, 국가가 국민에게 보장해야 할 가장 중요한 약속 중 하나이다. 그러나 지난 6월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 과정에서 그 약속은 흔들렸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지연되거나 중단되었고, 많은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해야 했다.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대한민국 국민의 헌법상 권리인 참정권을 행사하는 데 차질이 생겼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과정이며, 국민의 신뢰 위에서만 성립할 수 있는 사회적 약속이다. 그렇기에 투표소를 찾은 국민이 자신의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거나, 이를 위해 불편과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면 우리는 그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묻는다. 왜 국민이 투표소에서 기약 없이 기다려야 했는가. 어째서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절차조차 원활하게 보장되지 못했는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 질문에 책임 있게 답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은 단 한 번의 실수만이 아니다. 실수를 실수로 남겨두고, 책임을 책임으로 남겨두지 않는 태도야말로 더 큰 위험이다. 오늘의 문제를 정확히 규명하지 못한다면 내일의 같은 문제를 막을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시간의 흐름 속에 묻혀버리는 사건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신뢰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중앙대학교는 개교 이래 의(義)와 참(眞)의 가치를 추구해 왔다. 의는 옳은 일을 외면하지 않는 책임이며, 참은 사실을 직시하고 진실을 밝히려는 태도이다. 우리는 이러한 가치에 따라 이번 사태를 단순한 행정 착오로 치부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절차가 충분히 보장되었는지,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온전히 보호되었는지 성찰하고 점검해야 할 문제로 인식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한다. 또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고, 향후 모든 유권자가 안정적으로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함을 촉구한다. 이에 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학생사회는 다음을 요구한다. 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사태의 발생 경위와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라. 하나. 관련 기관은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 하나. 향후 모든 유권자가 안정적으로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민주주의의 무게는 거창한 구호에 있지 않다. 그것은 자신의 한 표가 존중받으리라 믿고 투표소를 찾은 국민의 신뢰 속에 있다. 우리는 그 신뢰가 다시는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학생사회는 의(義)와 참(眞)의 정신을 바탕으로, 잘못을 외면하지 않고 진실을 직시하며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온전히 지켜질 수 있도록 책임 있는 관심과 목소리를 이어갈 것이다. 2026년 6월 5일 중앙대학교 제15대 경영경제대학 운영위원회
기록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