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7년 6월, 이 땅의 학생들과 시민은 거리로 나섰다. 박종철의 죽음 앞에서도, 이한열의 쓰러짐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 뜨거운 함성 끝에 대한민국은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고 민주 헌법을 손에 넣었다. 선거권은 그렇게 얻어진 것이다. 구호가 아니라 피로, 선언이 아니라 싸움으로 얻어낸 권리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그 권리가 총칼이 아닌 행정의 무능으로도 침해될 수 있음을 목격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이 반드시 억압의 얼굴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이번 사태는 씁쓸하게 증명하고 있다. 2026년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일. 수많은 시민이 이른 아침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았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린 것은 투표용지가 아니라 긴 침묵이었다. 서울 일대 14개 이상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하여 투표가 중단되거나 지연되었고, 일부 유권자들은 끝내 한 표를 행사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것은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의 선거권을 명시적으로 보장하며, 공직선거법 제6조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인의 선거권 행사를 보장할 의무를 지닌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157조는 투표관리관이 선거인에게 투표용지를 내줄 의무를 명확히 부여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이러한 헌법적·법률적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준비 부족 때문에 투표용지 교부가 이루어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국민의 기본권 행사가 방해된 것은, 국가기관의 중대한 직무 해태에 해당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사태 이후의 대처다. 구체적인 원인 규명 없는 해명, 책임 소재를 흐리는 태도, 사태를 축소하려는 시도는 선거 제도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깊이 훼손하고 있다. 신뢰는 제도의 토대이며,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쉽게 복원되지 않는다. 우리 학생회가 이 자리에 서는 것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기 위함이 아니다. 정치, 법, 사회, 행정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우리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제도적 책임의 문제임을 직시한다. 1987년 선배들이 목숨을 걸고 쟁취한 민주주의가 관리해야 할 기관의 무능으로 흔들리는 것을 지켜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침묵하지 않을 이유가, 그리고 침묵하지 않을 책임이 있다. 이에 계명대학교 제42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사회과학대학 대의원회, 사회과학대학 각 과 학생차지기구는 다음 사항을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경위와 원인을 즉각적이고 투명하게 공개하라. 어느 투표소에서, 어떤 준비 과정의 실패로, 얼마나 많은 유권자의 참정권이 침해되었는지 국민 앞에 명백히 밝혀라. 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을 비롯한 이번 사태의 책임자는 즉각 사퇴하고, 선거 관리 실패에 관한 책임을 명확히 져야 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적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 하나, 정치권 및 사회 각계는 이번 사태를 정쟁의 수단으로 소비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선거 제도의 신뢰 회복이라는 본질적 과제에 집중하라.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로 지켜지지 않는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무런 방해 없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을 때, 그 제도는 비로소 민주주의라는 이름에 값한다. 우리는 분명히 말한다. 참정권의 침해는 민주주의의 침해다. 그리고 그 민주주의는, 아직 우리가 지켜야 할 것으로 남아 있다. 2026년 6월 6일 계명대학교 제42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계명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대의원회 제29대 광고홍보학과 학생회 · 제42대 경제금융학과 학생회 · 제31대 경찰행정학과 학생회 · 제43대 국제통상학과 학생회 · 제47대 문헌정보학과 학생회 · 제42대 법학과 학생회 · 제28대 사회복지학과 학생회 · 제42대 사회학과 학생회 · 제47대 심리학과 학생회 · 제42대 언론영상학과 학생회 · 제28대 정치외교학과 학생회 · 제47대 행정학과 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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