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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제발 좀 잘해주세요>주말에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 모였다고 말을 꺼내자 신호위반은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재투표 같은 말을 쏟아냈다.

<앞으로는 제발 좀 잘해주세요>주말에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 모였다고 말을 꺼내자 신호위반은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재투표 같은 말을 쏟아냈다. 하나씩 설명하려다가 인터넷으로 관련 기사를 자유롭게 찾아보는 것부터 시작했다.“왜 태극기를 나눠줘요?”“태극기 옆에 왜 미국 국기도 있어요?”“재선거를 전국적으로?”“서울만 해야 하는 거 아니야?”“투표용지가 부족해서 정말로 투표 못한 사람이 있어요?”“투표소를 봉쇄했었다는데 봉쇄는 뭐예요?”“뉴스 보고 댓글 보려는데 유해한 콘텐츠라면서 창이 닫혔어요.”궁금한 걸 해소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인터넷이나 유튜브로 알아갈 테다. 아이들이 어떤 알고리즘에 휩싸일지 모르니 1블럭에는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주제로 수업했다. 참정권이 무엇인지, 왜 시민들은 분노하는지 그리고 시민들이 다시 투표해야 한다고 외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함께 살폈다.“재투표를 해야 할까?”“불공평하게 투표한 거잖아요. 재투표해야죠!”“성인이 되면 투표를 하는 게 기본적인 권리인데 나도 화가 나서 시위할 것 같아.”“기다리던 투표할 나이가 되었는데 용지가 없다? 와, 진짜 화난다!”“재투표하려면 세금을 더 써야 하는데 해야 할까?”“서울시장은 0. 몇 퍼센트 단위 접전이었는데 재투표하면 바뀔 수도 있는 건가?”“아무리 그래도 용지가 부족해서 투표를 못 한 사람들보다 중요한 건 없는 것 같아!”짧은 물음 하나에도 아이들은 쉬지 않고 말했다. 아이들은 상황에 몰입해 진지한 표정으로 토론했다. 토론은 오래가지 않았다. 14명 모두 재투표를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투표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 앞에서 아이들은 예산, 행정 절차, 선거의 번거로움보다 시민의 권리가 먼저라고 판단했다.“재투표를 한다면 문제 지역만 하면 될까? 전국에서 해야 할까?”“문제가 있는 게 서울만이니까 서울만 해도 될 것 같긴 해.”“내가 본 기사에는 서울 말고 문제가 있는 곳이 더 있다니까 전국에서 하는 게 어때?”“강원도는 그런 일이 없었잖아. 문제가 있었던 곳만 재투표하면 좋겠어.”“전국에서 하면 예산 문제도 있을 것 같은데?”“귀찮아서 안 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만약 당선자가 바뀌면 먼저 투표한 사람은 억울하지 않을까?”어렵지 않게 재투표를 결정한 아이들이 인상을 쓰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토론은 한동안 이어졌고, 신호위반은 문제 지역만 재투표를 하자고 12명, 전국에서 재투표를 하자고 2명이 손을 들었다.다음으로 아이들에게 만약 너희가 국정을 운영하는 책임자라면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건지 물었다. 아이들은 먼저 국민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이야기 나눈 다음에 국무회의랑 국회에서도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문제를 일으킨 선관위가 나서서 이번 사태를 명확하게 설명해 국민을 진정시키고, 선관위를 해체하듯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 시민들이 내놓은 방법이 어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놀라우면서도 조금 아쉬웠다. 답답한 어른들 세상을 보며 아이들에게서 더 창의적인 방법을 기대했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투표용지 부족 문제를 부정선거로 연결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SNS와 유튜브를 보다 보면 알고리즘을 따라 자연스럽게 음모론을 말하는 영상을 볼 수 있다고, 그럴 때는 비판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부정선거는 3.15 부정선거처럼 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니냐며 웃었고, 자신들도 그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웠다. 아이들은 분명 생각할 수 있고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아이들이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너무 빠르고, 자극적이고 단정적으로 흘러간다. 교실에서 함께 묻고 따지는 시간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아이들의 시민 수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선거가 끝나자 민주주의를 둘러싼 더 어려운 질문들이 교실로 밀려들고 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해결될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어린이들이 보고 있음을, 그들이 민주주의를 걱정하고 있음을 어른들이 알아야 한다. 우찬이의 마지막 말처럼 제발 좀 잘해주면 좋겠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른들만의 민주주의가 아니니까.“우리가 20살, 30살이 되어도 선거를 할 텐데 앞으로는 제발 좀 잘해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기록의 끝